[짧고 확실한 영화 리뷰] 디어 에반 핸슨, 창문을 열 용기

[짧고 확실한 영화 리뷰] 디어 에반 핸슨, 창문을 열 용기

ⓒ유니버설 픽쳐스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거짓말은 선의일까, 차악일까.

‘디어 에반 핸슨’은 주인공의 거짓말로부터 발생하는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에반 핸슨의 거짓말은 간단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코너 머피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오해를 진실이라고 인정한 것.
코너의 어머니는 아들과의 추억을 듣고 싶어 했고, 뮤지컬 넘버인 ‘For Forever’를 시작으로 거짓말의 여정이 시작된다.

사랑받기 원하는 마음, 그리고 용기

에반의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이 에반의 거짓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반이라는 인물의 결핍을 들여다본다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른 모습이 있다.

주인공이 가진 결핍은 이혼 뒤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어머니, 우울증을 동반한 공황장애, 부족한 인간 관계,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 혐오 쯤이다. 자아가 전부 정립되지 못한 10대에게는 마음속 커다란 구멍이었으리라.

에반이 원한 것은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이었다. 본인이 가진 감정을 나누고, 서로 품어 줄 수 있는 따뜻한 관계. 우리는 그것을 ‘사랑받는다’라고 표현한다. 에반은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 거짓말 – 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에반이 진실을 말하는 용기의 순간을 통하여 진정한 성장을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본인이 뱉은 거짓에 상황이 악화되어가자 에반은 SNS는 물론 코너의 부모 앞에 나타나 진실을 털어놓는다.

모두의 경멸을 받게 된 에반.
하지만 영화 내 처음으로 확신에 찬 모습을 가지고 코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흠이 많고 아름다운 영화

글을 쓰기 전에 본 영화에 대한 여러 평가를 읽어보았다.

대부분이 영화의 대전제 자체에 꽤나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짓에서 시작한 감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 또는 답답한 에반을 나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선을 긋자면,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에 대한 견해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동일 시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구성을 뜯어보더라도 이 영화는 흠이 많은 편이다.

에반의 가족에 대한 결핍을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였으며, 조이와 에반 사이의 감정 기류는 도저히 몰입이 안된다는 점이 있다.

뮤지컬 장점 중 하나인 한눈에 보이는 무대 구성 등을 영화에서 살릴 수 없었다는 점도 매력을 반감시킨다.


그럼에도, ‘디어 에반 핸슨’은 꽤 괜찮은 영화다.

에반이 스스로 삶의 포기를 생각했던 순간(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던)을 코너와의 추억으로 엮어낸 것은 영화를 관통하는 일종의 짜릿함이 있었고,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이들이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먹먹함은 진실이었고,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는 외톨이의 용기가 변화의 불씨가 되어 또 다른 외톨이 코너의 추모 공원을 현실로 만든 부분은 거짓말에만 매몰되어 있기에는 아름다운 면이 있다.

넘버의 완성도는 높게 평가할만하며 그것을 소화한 벤 플랫(나이가 너무 들어 보여 논란이 많았지만)과 에이미 애덤스의 훌륭한 연기력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숨거나 거짓말 안 한 것으로 충분한 거야

소심한 성격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어색함을 가진 소외받는 청년은 우리 주변에 꽤나 많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존재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

외모, 소심한 성격, 부족한 말주변 등으로 세상에 나가기도 전에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사람,


에반 핸슨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소외받는 청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긴다.

숨거나 거짓말 안 한 것으로 충분한 거야.
아무리 삶이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 같아도,
이젠 알잖아.

버텨내면서, 앞으로 가는 거야.

오늘은, 오늘은 모든 게 조금 더 가깝게 느껴져



창문을 열 용기만 있다면,
오늘은 살아볼 만한 일인 것이다


fin.




‘디어 에반 핸슨’
주인공의 철없는 행동과 주변인의 반응을 미화하지 않음으로 청년은 물론 현 세대가 당면한 문제에 가식 없는 접근을 시도한다.

못난 짓을 골라하며 성장하는 에반과,
연대하여 변화에 기여하는 주변인의 모습은
공감의 양면성을 상기시키고, 소외의 감정을 직면시키는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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